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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2008초기29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보성어부살인사건)

2008.9.17 선고 2008초기29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각공2008하,1949

[판시사항]
[1] 형법 제41조,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제도가 헌법 제10조, 제37조 제2항 등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례 [2] 형법 제41조, 제42조, 제72조 제1항,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서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형과 구별하여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 무기징역형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7조 제2항 등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례 [3]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법원의 판단절차 없이 행정청이 수형자의 행상을 심사하여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제72조 제1항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101조,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례

[결정요지]
[1] 형법 제41조, 제250조 제1항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제도는, 입법자가 법정형이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례. [2] 형법 제41조, 제42조, 제72조 제1항, 제250조 제1항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서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형과 구별하여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 무기징역형을 규정하지 않고 있음에 관하여, 그 결과 무기징역형의 체계와 유기형의 체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고 있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례. [3] 형법 제72조 제1항에서 가석방에 관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법원의 판단절차 없이 수형자의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지 행정청이 심사하여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권력분립의 원칙, 사법권독립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101조,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 제37조 제2항, 형법 제41조,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 [2]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7조 제2항, 형법 제41조, 제42조, 제72조 제1항,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 [3] 형법 제72조 제1항, 행형법 제49조,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101조, 제103조

[당사자]
신 청 인 변호인 변호사 방OO

[주문]
피고인에 대한 이 법원 2008노7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살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적용되는 ① 형법 제41조 중 ‘1. 사형 2. 징역’의 부분, ② 형법 제42조(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부분 제외), ③ 형법 제72조 제1항(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부분 제외), ④ 형법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 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한다.

[판결이유]
1. 공소사실 및 재판의 전제성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고인 소유의 무등록 1톤 선박으로 전남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앞 바다에서 주꾸미 채취업 등을 하는 어부이다.
(1) 피고인은 2007. 8. 31. 오후 시간불상경 전남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우암마을 소재 선착장에서, 여행을 온 피해자 김주익(19세), 추은혜(여, 19세)를 피고인 소유의 위 선박에 태워 피고인의 어장이 있는 득량만 해상 방향으로 운행하여 가던 도중, 위 추은혜에게 성욕을 품게 되었다. 피고인은 이에 위 추은혜를 추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위 김주익을 살해해 버리고 위 추은혜를 추행한 후 그녀 역시 살해해 버리기로 마음먹고, 같은 면 서당리 앞바다에 이르러 위 선박을 세웠다. 피고인은 위 선박에 나란히 앉아있는 피해자들의 뒤로 몰래 다가가 양손으로 위 김주익을 잡고 바다에 밀어 빠뜨리고, 바다에 빠진 위 김주익이 살기 위해 위 선박에 다시 오르려 하자, 위 선박에 있는 속칭 학갓대 및 기타 불상의 도구로 위 김주익의 머리, 왼쪽 어깨, 왼쪽 팔, 양다리 등을 수회 힘껏 내리치고, 찍고, 밀어 위 김주익이 위 선박에 오르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그 무렵 익사로 사망하게 하여 위 김주익을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위와 같은 모습을 보고 공포에 떨고 있는 위 추은혜에게 다가가 ‘아가씨, 유방 좀 단도리해보자’고 하면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지려 하고 이에 위 추은혜가 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쳐내며 격렬히 반항하자, 양손으로 위 추은혜의 가슴과 다리 부위를 움켜쥐고 바다에 밀어 빠뜨리고, 바다에 빠진 그녀가 위 선박에 다가오자 속칭 학갓대로 그녀를 수회 밀어 그녀로 하여금 그 무렵 익사로 사망하게 하여 위 추은혜를 살해하였다.
(2) 피고인은 2007. 9. 25. 11:20경 위 우암마을 소재 선착장에서, 추석을 맞아 여행을 온 피해자 안정은(여, 23세), 조영(여, 24세)를 보고 성욕을 품고, 피해자들을 피고인의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 추행을 한 후 살해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11:30경 위 우암마을 소재 선착장에서, 피해자들을 피고인의 위 선박에 태워 같은 날 오후 시간불상경 같은 면 서동리 연동마을 앞 득량만 해상으로 운전하여 가, 위 선박을 세웠다. 피고인은 위 안정은에게 다가가 ‘아가씨 나는 작년부터 관계를 못하는데 아가씨 유방이라도 단도리해 버려도 돼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위 안정은의 가슴을 잡으려 하고, 이에 위 안정은이 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쳐내며 반항하였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양손으로 위 안정은의 가슴을 만지려 하고, 위 안정은은 이에 격렬하게 반항하였고, 이를 지켜 본 위 조영 역시 피고인의 위 안정은에 대한 추행을 막기 위해 피고인의 몸을 잡고 반항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위 안정은을 강제로 추행하려 하고 위 안정은, 조영는 이에 격렬히 반항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위 안정은을 잡고 흔들고 밀어 위 선박의 바닥, 선실 등에 부딪히게 한 후 바다로 밀어 빠뜨리고, 손으로 위 조영의 목을 조르고 위 조영를 잡고 흔들고 밀어 위 선박의 바닥, 선실 등에 부딪히게 한 후 바다로 밀어 빠뜨려, 위 조영로 하여금 그 무렵 익사로 사망하게 하여 위 조영를 살해하고, 바다에 빠진 위 안정은이 살기 위해 배 위로 오르려 하자, 위 선박에 있는 속칭 학갓대 및 기타 불상의 도구로 위 안정은의 양 발목, 오른쪽 어깨, 오른쪽 종아리 부위 등을 수회 힘껏 내리치고, 찍고, 밀어 위 안정은이 위 선박에 오르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그 무렵 익사로 사망하게 하여 위 안정은을 살해하였다.
나. 재판의 전제성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경우 피고인에게 형법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이 적용되고,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함이 상당한바, 피고인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형법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및 이와 간접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형의 종류에 대한 형법 제41조, 제42조, 가석방 요건에 대한 형법 제72조 제1항 중 주문 기재 해당 부분의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결론과 주문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명백하므로, 위 각 해당 법률조항 부분은 이 사건 재판에 대하여 전제성이 있다.
2. 위헌법률심판제청 대상 법률조항의 내용
가. 형법 제41조(형의 종류) 형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
나. 형법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월 이상 15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25년까지로 한다.
다. 형법 제72조 제1항(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라.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마.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강간 등 살인)
① 제5조 내지 제8조, 제12조(제5조 내지 제8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 또는 형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300조(미수범)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3. 위 각 법률조항 중 주문 기재 부분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사형 부분의 위헌성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형법 제41조는 형의 종류로서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 등 9가지만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42조는 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과 관련하여,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월 이상 15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25년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각칙 및 특별형법에서는 위 형법 제41조와 제42조에서 정한 형의 종류의 범위 내에서 각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고, 살인죄에 대하여 규정한 형법 제250조 제1항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강간 등 살인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을 각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제72조 제1항은 가석방의 요건과 관련하여,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범죄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입법재량은 무제한한 것이 될 수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므로, 입법자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형벌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범죄의 실태 및 죄질의 경중,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고려한 형벌 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형벌로서 사형에 대하여 ‘① 헌법 제12조 제1항, 헌법 제110조 제4항이 군사법 분야가 아닌 일반적인 범죄에서 사형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 ② 사형수에 대한 헌법 제10조 소정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이고, 법규정에 의하여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법관, 양심에 반하여 사형의 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비판, ③ 중범죄에 대하여 하급심과 상급심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인간이 하는 재판인 한 오판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오판에 의한 사형 판결이 집행된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상회복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데다가,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범인의 영구적 격리나 범죄의 일반예방이라는 공익은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의하여도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음에도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기초적인 의미를 갖는 생명권을 최종적으로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여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에 반한다는 비판, ④ 범죄인은 자신의 생명이 박탈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더욱 흉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형벌로서의 사형의 일반예방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이는 반면, 종신형에 있어서 범죄인에게 생명이 존속할 때까지 참회할 기회를 줄 수 있는 것과 함께 사형과 동일하게 범죄인의 영구적인 사회격리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범죄인의 수형생활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자유를 상실하는 것에 대하여 자유의 소중함을 생동감 있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형벌의 일반예방적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 ⑤ 범죄의 원인에는 범죄인의 악성과 반사회성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환경적 요인도 적지 않은데 국가가 범죄의 모든 책임을 범죄인에게 돌리고 반성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형벌에 있어서 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 등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사형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사형폐지론과 사형존치론이 대립하고 있으나 사형존치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며, 사형존치론자도 대부분 정치, 사회, 문화적 여건으로 보아 사형폐지는 시기상조라고 하거나 단계적인 폐지 내지는 사형의 집행유예제도 도입 등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11월 2일 19명,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래 10년이 지나도록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현재 사형 미집행자수는 58명이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에서는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는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바, 이러한 분류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이미 2007. 12. 30.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게 되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10월 현재 완전 사형폐지국은 102개국이며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31개국이고 사형존치국은 64개국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 1996. 11. 28.자 95헌바1 결정에서도, 사형제도는 필요악으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고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의 비례원칙이나 헌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형벌로서의 사형이 우리의 문화 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미루어 보아 지금 곧 이를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므로 아직은 현행의 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나라의 문화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지가 발달하여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되는 등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두려움성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되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사형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을 곧바로 폐지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분명히 판시한 바 있다. 즉, 우리 헌법재판소도 1996년 당시에는 사형에 대하여 합헌판결을 한 바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계적 사형폐지론을 취하면서 당시로서는 사형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우리나라는 1997. 12. 30.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회·문화적으로 사형집행에 대한 인식이 1996년의 위 합헌결정 당시의 상황과는 달라졌다고 할 것이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완전 사형폐지국은 102개국이며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31개국에 이르렀고, 위 사형폐지국가들도 사형의 존치 여부 및 대체형벌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통하여 사형을 폐지하였을 것인데, 굳이 우리나라가 사형존치국으로 남아 있을 만큼 문화적,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위 합헌결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종교와 자선단체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화 및 세계화의 물결 속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참가한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제 과감히 사형폐지의 시기상조론이나 단계적 폐지론에서 탈피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의 법감정이 사형폐지보다 사형존치에 실려 있고 아직도 국민의 의식이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은 폐기되어야 할 구시대의 허상일 뿐이다. 만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형에 대체할 형벌과 함께 사형제도의 중대성과 심각성, 사형존치론과 사형폐지론의 근거를 일반 국민에게 납득시킨다면 사형폐지론을 지지하는 수가 절대적 다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현행 무기징역형 제도의 문제
사형제도가 위에서 본 것처럼 위헌일지라도, 우리 현행법 체계하에서는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는 범죄와 형벌의 균형을 상실할 정도로 많은 간극이 존재하여, 아무런 대체적 형벌에 대한 고려가 없이 사형을 폐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행 형벌로서 무기징역형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현행 무기징역형의 가석방 요건은 그의 책임이 계속적인 형 집행을 요구할 정도인지를 검토할 필요 없이, 오직 그 수형자가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10년 이상의 수형생활을 받으면 행정처분으로서 가석방이 되는데, 이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 및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위 가석방 조건은 형법 제정시의 국민의 평균수명과 오늘날의 국민의 평균수명을 비교해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둘째, 우리 헌법에서 인신의 구속과 석방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법원이 행사할 수 있도록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수의 가석방 문제는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처분으로 가능하게 되었는바, 무기수에 대한 가석방 여부가 합법적인 고려보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내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루어질 우려가 존재한다. 셋째, 현행 무기징역형의 체계는 유기형의 체계와 적절한 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 즉, 유기징역형의 경우 비록 상한선은 15년이지만 가중사유가 존재하면 25년이 가능하다. 그런데 무기징역형을 작량감경할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불과하여 법정최고형인 15년 이상으로 벌할 수 없다. 그 결과 무기징역형을 받는 자에게는 형벌의 가중사유가 있을 때에는 더 이상 형벌을 가중하지 못한 결함이 생기는데 반해, 작량감경사유가 존재하여 작량감경 하더라도 1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반해 유기징역형의 경우 법정최고형이 15년이지만 가중사유가 존재하면 25년까지의 처단형이 가능하여, 작량감경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결과적으로 12.5년까지 형벌을 선고할 수 있다. 그 결과 무기징역형과 유기징역형 사이에 질적 양적인 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형에 대하여는 헌법원론에서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비판이 존재하여 그러한 비판을 무릅쓰고 쉽게 선택형으로 골라서 선고하기 곤란하고, 또한 죄질의 경중보다는 개인의 생명권에 대한 법관의 태도 및 직업적 양심에 따라서 선택형이 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폐해가 있다. 반면에 우리 형법체계상 사형을 제외한 형 중 가장 무거운 무기징역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유기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됨으로써 책임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 이러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위헌적인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범죄의 예방 및 범행의 처벌이라는 형벌의 목적에 대하여 보더라도 뒤에서 보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형태의 무기징역형은 사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형벌의 목적도 충분히 충족시킨다고 할 것인 반면, 사형의 경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 헌법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형태의 무기징역형보다 더 나은 형벌의 효과를 거둔다고 볼 수도 없다.
위에서 본 우리의 문화, 시대적 상황, 국민의 법감정, 형사정책, 사형·무기징역·유기징역 사이의 조화와 균형, 헌법해석 등에 비추어 살펴볼 때, 형법 제41조, 제42조가 형벌의 종류로서 무기징역형을 세분하여 ‘① 형법 제72조 제1항에 의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형, ② 형법 제72조 제1항에 의한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형’으로 세분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대하여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며, 이에 따라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국가의 의무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다. 마찬가지로 형법 제250조 제1항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중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무기징역형을 위와 같이 세분하지 않은 것은 동일한 이유로 위헌의 의심이 있다(이 사건에서와 같이 입법자가 헌법의 여러 규정 등에 의하여 위임된 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 형법 제72조 제1항 소정의 가석방 요건의 위헌성
형법 제72조 제1항은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 가운데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자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에 있어서 10년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절차는 행형법 제49조부터 제52조까지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석방제도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확정과 함께 제반 양형요소의 판단 및 참작과정을 거쳐 그의 위법성 및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요건의 검토 없이 단지 수형자가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경우에 형기만료 전에 행정청의 행정처분으로 석방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가석방제도의 실질은 형의 집행유예 제도와 형사정책적 목적을 같이 하는 제도로서 법원의 재판절차에 의하여 형벌개별화 원칙의 영향권 아래 실시되어야 하고, 특히 가석방을 금지하는 종신형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즉, 이미 법원으로부터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가석방 신청권을 인정하되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법원의 재판절차를 거쳐 수형자의 행형실적이나 개선교화 여부, 재범의 위험성 등이 가려진 후 수형자에 대한 형의 집행 계속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의 위헌성조차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법 제72조 제1항이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요건의 검토 없이, 단지 수형자가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경우인지를 행정청이 심사하여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권력분립의 원칙, 사법권 독립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101조, 제103조에 각 위반하는 위헌의 의심이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에 대한 이 법원 2008노7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살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적용되는 ① 형법 제41조 중 ‘1. 사형 2. 징역’의 부분, ② 형법 제42조(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부분 제외), ③ 형법 제72조 제1항(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부분 제외), ④ 형법 제250조 제1항 중 ‘사형, 무기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 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은 그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이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한주(재판장) 박홍래 김도근



[ 이 판례는? ]
본 판례는 흔히 "보성 어부 살인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사건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신청 판례입니다.
말그대로 '위헌법률제청신청'에 대한것이고, 결국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 위헌 제청'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