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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요약/평석

'시청자에 대한 사과'방송법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





 


방송법 제100조제1항 제1호위헌제청

사건번호 2009헌가27

 

1. 서론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3일 문화방송 MBC의 시사보도프로그램 뉴스후와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등을 규정한 방송법에 대한 법률위헌제청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 : 1[합헌]의 의견으로 구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 및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방송사업자의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에 의하더라도 사과방송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사과방송으로 인한 방송사업자의 인격권 제한의 정도가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 사건의 개요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식회사 문화방송에 대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를 하였고, OO방송은 위 제재조치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행정법원 2009구합15968호), 당해 사건 법원은 직권으로 구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3.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구법조항’이라 한다) 및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0조 제1항 제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현행법조항’이라 하고, 이하 ‘이 사건 구법조항’과 ‘이 사건 현행법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방송법이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면서 제100조 제1항이 일부 개정되었으나 이 사건 구법조항에 해당하는 부분은 개정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는바, 법질서의 정합성과 소송경제를 위하여 이 사건 현행법조항도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다.)


2)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밑줄 친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방송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개정되고, 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제재조치 등) 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 및 제74조 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27조 제8호의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법(2009. 7. 31. 법률 제9786호로 개정된 것)
제100조(제재조치 등) 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 및 제74조 제2항에 의한 협찬고지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5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다음 각 호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35조에 따른 시청자불만처리의 결과에 따라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시청자에 대한 사과 


4. 결정 요지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사과여부 및 사과의 구체적인 내용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방송사업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사과인 것처럼 그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표명되고, 이는 시청자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을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한다.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인이 이러한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유지 내지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하여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법인의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

 

 
2)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책무를 부담하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제재수단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는 등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방법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3)  그러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주의 또는 경고’ 등 다른 제재조치에 비하여 시청자의 권익보호나 민주적 여론 형성 등에 더 기여하거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게 ‘주의 또는 경고’만으로도 반성을 촉구하고 언론사로서의 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고, 위 조치만으로도 심의규정에 위반하여 ‘주의 또는 경고’의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을 공표하게 되어 이를 다른 방송사업자나 일반 국민에게 알리게 됨으로써 여론의 왜곡 형성 등을 방지하는 한편, 해당 방송사업자에게는 해당 프로그램의 신뢰도 하락에 따른 시청률 하락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에 대하여는 ‘명령’이 아닌 ‘권고’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사과명령은 방송사업자가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아니한 윤리적‧도의적 판단의 표시를 하도록 강제로 명하는 것이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부분은 그 실효성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과명령이 다른 제재수단에 비해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4) 또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시청자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을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하는 것인바,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법인은 결사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법률에 의해 비로소 창설된 법인격의 주체여서 관념상 결사의 자유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할 수 없고, 그 행동영역도 법률에 의해 형성될 뿐이며, 기본권의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당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은 자연적 생명체로서 개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기본권으로서 그 성질상 법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의 인격권을 제한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법인이 헌법상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하여서 어떠한 인격권적 내용도 향유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법률에 의하여 법인에게 인격권 유사의 내용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법인은 법률적 수준의 인격권적 권리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

 

 

6. 검토

 

 해당 사건은, 문화방송 MBC의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후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하여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고, 후에 방통위가 MBC에 대하여 사과명령을 내린것과 관련해서 문화방송 MBC가 사과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시청자에 대한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규정한 방송법 규정에 대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한 사건으로,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은 긍정하였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부정하여 결국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한 것이다.

 

해당 사건에서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규정한 것이, 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와 관련하여 심사한 것으로, 과거에 법인의 인격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는제, 다수 의견은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함을 인정하였지만, 김종대 재판관은 법인은 자연인과는 다르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어 성질상 자연인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인격권을 법인에게는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과거에 일간신문 및 월간잡지인 여성동아 등의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신문사인 동아일보사가 특정사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하였음을 이유로, 동아일보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와 민법 제764조에 근거하여 사죄광고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따라 동아일보가 사죄광고를 강제하는 민법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해당 사건(사건번호 89헌마160)에서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746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강제할 수 있도록 포함시키는 것은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생각건대, 방송사업자에게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강제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명령하는 것은 방송사업자의 의견과는 다르게 마치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이 방송사업자 자신이 자발적으로 의사를 형성하여 사과를 하는 것과 같이 외부로 표현되도록 하여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기본권 침해를 구성하는 것이다.

 

김종대 재판관의 반대의견처럼, 법인에 대하여 인격권 주체성을 인정해야하는지가 문제되지만,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도 법인에 대하여 자연인만큼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법인에게 어느정도의 한정된 범위내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는것이 보통이고, 과거의 사죄광고 강제에 대한 위헌사건에서도 인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에서도 법인인 방송사업자에게 인격권을 인정함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것으로 보이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강제하는 것은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도 인격권의 침해를 가져오는것으로 볼 수 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타당한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