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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요약/평석

2010헌바83. 의료법 제89조 등위헌소원 (합헌)

헌법재판소는 2012년 3월 29일 재판관 4(합헌) : 4(위헌)의 의견으로,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 중 제17조 제1항 본문의 ‘직접 진찰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연혁이나 관련 의료법의 규정 등에 비추어, 그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한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재판관 4인(재판과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2006. 1. 4.부터 2007. 5. 18.까지 총 672회에 걸쳐 자신의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전화로 통화한 다음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가 위임하는 약사에게 교부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약식명령이 고지되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8고정1375).
이에 청구인은 항소를 제기하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09노757), 그 소송 계속 중 구 의료법 제89조, 제17조 제1항 본문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 중 제17조 제1항 본문의 ‘직접 진찰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의 내용은 다음 밑줄 친 부분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벌칙) 제15조 제1항, 제17조 제1항, 제2항(제1항 단서 후단과 제2항 단서는 제외한다), 제56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제57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7조(진단서 등) ①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을 포함한다]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한다) 하지 못한다. 다만,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으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


□ 결정이유의 요지

○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 원칙이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범자에게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당해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 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판례집 17-1, 812, 821; 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판례집 16-2 하, 381, 391 참조). 그런데 형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고, 그것도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며, 일반적이거나 불확정된 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는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과 당해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야 한다(헌재 1996. 2. 29. 94헌마13, 판례집 8-1, 126, 137; 헌재 2001. 6. 28. 99헌바34, 판례집 13-1, 1255, 1265 참조).
○ 이 사건 법률 조항 중 ‘직접’의 사전적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관련 의료법 규정들(제2조 제2항, 제17조 제2항 본문, 제33조 제1항, 제34조 제1, 3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 조항에서 말하는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이 ‘대면하여 진료를 한’으로 해석되는 외에는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대면진료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를 함께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의료인을 수범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통상적인 법감정과 직업의식을 지닌 의료인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내용이 대면진료를 한 경우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교부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의료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ㆍ적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므로, 법 집행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의 가능성 또한 예상되지 않는다.
○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한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접 진찰한’이라는 부분의 의미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인지, 아니면 ‘진찰행위의 방식’까지 한정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더라도 진단서 등을 내어 줄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에 비추어 보면, 법정의견과는 달리,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진찰의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기보다는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해석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 의료법 제18조 본문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에 비추어 보더라도, ‘직접 진찰’이란 문구가 반드시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 법정의견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진찰방식을 ‘대면진찰’로만 제한하여 해석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면진찰’ 이외의 모든 진찰을 전면적으로 금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면진찰에 준하는 정도의 진찰’은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명확하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원격진료를 하는 경우에도 진찰의 정확성이 보장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질병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서는 최초대면 진찰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대면 없는 진찰을 통하여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단서 등의 발급을 위한 진찰행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진찰행위가 금지되고 처벌되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