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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요약/평석

2011헌가13 (요약) - 방통위법 조항 위헌제청사건 - 합헌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21조 제4호위헌제청

헌법재판소는 2012년 2월 23일 재판관 5(합헌) : 3(위헌)의 의견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직무의 하나로‘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이하‘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정보통신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속도 등을 감안할 때 함축적 표현이 불가피한 면도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 나아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 사건의 개요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는 제청신청인이 주식회사 OO커뮤티케이션의 블로그에 국내산 시멘트의 유독성에 관하여 게시한 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소정의 불법정보인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9. 4. 24.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주식회사 OO에 대하여 이 사건 게시글의 삭제를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 한다).
○ 제청신청인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나 심의위원회가 2009. 6. 23.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2009. 8. 31.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35924호로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서울행정법원은 2010. 2. 11. 제청신청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 심의위원회가 항소하여 당해 사건으로 항소심 계속중이던 2010. 6. 8. 제청신청인은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2010아189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고, 당해 법원은 2011. 2. 14. 그 중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 심판의 대상
○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제정된 것, 이하 ‘방송통신위원회법’이라 한다) 제21조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제정된 것)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 결정이유의 요지

○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전기통신회선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이하 ‘불건전정보’라 한다)’란 이러한 질서 또는 도덕률에 저해되는 정보로서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정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정보통신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속도, 그리고 다양하고 가변적인 표현형태를 문자화하기에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함축적인 표현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란 요건을 추가하여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에 위임되는 심의 및 시정대상 정보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는바, 정보통신망법의 목적 및 불법정보 규정(제1조, 제41조 내지 제44조의3, 제44조의7) 등 관련 법조항을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면, 심의 및 시정요구의 대상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 불건전정보란 위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 내지 이와 유사한 정보가 될 것임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포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이 심의 및 시정요구 대상인 불건전정보가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그로부터 적법한 위임을 받는 시행령에 의하여 규정되어 있는 이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건전정보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불건전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시정요구는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자 시행령에서 단계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시정요구의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달리 불건전정보의 규제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방법을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인터넷 정보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고려할 때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정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해당 정보의 삭제나 해당 통신망의 이용제한에 국한되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


□ 반대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요지

○ 법률유보원칙 위반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기본권적 중요성을 가진 영역에 있어서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정요구가 규율하는 것은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즉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제한의 영역에 속하므로, 이와 관련하여서는 입법자의 규율밀도가 더욱 높을 것이 요구되고, 따라서 이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의 적용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법률에 규정되었는가가 아니라 그 본질적 사항이 법률에 규정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입법자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시정요구 제도를 창설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시정요구 제도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시정요구의 상대방, 내용, 효과에 대해 입법자 스스로 결정하여,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거나 구체적 범위를 정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에 이에 관한 위임을 하지도 아니한 채, 심의위원회의 직무의 하나로 ‘정보의 시정요구’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 할 것이다.

○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건전한 통신윤리’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 방송통신위원회법 제18조 제1항의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 창달’과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에 필요한 사항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고, 행정기관으로서도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란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사항’을 의미한다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시정요구의 본질적인 사항인 시정요구의 상대방, 내용, 효과 등이 법률에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사항’도 확정짓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임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아무런 지침 없이 행정기관에 시정요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를 형성하도록 한 것이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